『산책 소설』은 제목처럼 주변의 많은 곳을 걷습니다. 『산책 소설』은 제목과 달리 소설집이 아닌 시집입니다. 그러나 소설이란 것도 사실입니다. 소설 같은 현실 속의 시 같은 마음, 시 같은 현실 속의 소설 같은 마음― 둘 다 있습니다.
하루가 항상 똑같이 반복되는 듯 지루하게 느껴져도 사실 완전히 똑같은 하루는 없듯, 집과 외부를 오가는 마음이 늘 일관적이지는 않을 거예요. 바깥보다 오히려 집이 불편한 날도 있잖아요. 얄궂게도 감정은 처음과 같지 않고 자꾸 기복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그 감정을 쉽게 무시하려고 하지 않는 화자를 따라가다 보면 저의 오늘 기분에도 이유를 묻게 되곤 해요.
아는 곳에서도 왠지 길을 잃은 것처럼 불안해질 때, 아는 사람이 문득 낯설어질 때, 그럼에도 사람과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을 때에 이 시집을 펼쳐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