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이 되어 인사드립니다. 🍂 더위가 언제 떠나나 싶었는데, 어느새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가을이면 왠지 모르게 울적해지곤 해요. 구독자님들도 그런가요?
낙엽이 떨어지고, 바람은 쌀쌀하고 건조해지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마음도 조금씩 가라앉는 걸까요. 그렇게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품고 있는 근원적인 외로움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럴 때 따뜻한 온기를 나눌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덜 외로울까요?
전욱진 시인의 신작 『조각 공원』을 읽다 보면 가을이 떠올라요. 곁에 꼭 붙어 서로에게 기대던 온기가 사라진 자리, 그곳을 서성이는 시린 고독과 남겨진 마음 말이지요. 쌀쌀해진 계절, 가만히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쓸쓸한 가을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전욱진 시인의 시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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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과 의심 사이 성실한 중얼거림
이제 내가 본 것을 말해주겠다
2026년 9월 전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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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공원』에서 가장 아끼는 시, 혹은 좋아하는 시구
수록된 작품 편편이 아낍니다만, 어쩐지 마음이 기우는 작품은 「화학반응」이라는 시입니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오는데요. “솔리테륨 / 혼자 하는 카드놀이 이름 같다”. 여기서 ‘솔리테륨’은 조어(造語)입니다. 한 사람을 위한 카드 게임 솔리테어(Solitaire)에서 착안한 말입니다. 이번 시집에는 홀로 놓인 화자가 많이 나오는 듯해, 제가 지은 이 새로운 원소의 이름이 『조각 공원』을 관통하는 요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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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시간과 장소
부엌을 면한 공간에 식탁을 두는 대신, 이렇게 의자와 협탁, 오디오를 두었습니다. 퇴근 후 저녁, 주로 여기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졸기도 많이 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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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처음 찾아왔던 순간
기억력이 나빠 시가 처음 온 순간을 딱 잘라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어릴 적,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께서 내주셨던 일기 쓰기 숙제가 기원이 아닌가 합니다. 천성이 워낙 게을러 그 일기들을 몰아 갈겼는데, 한번은 행과 연이 나뉜 짧은 글들을 써서 낸 적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걸 보시더니, “너 잘 쓰니 계속 이렇게 써봐”라고 말씀하셨어요. 적어도 시라고 하는 것이 나와 서먹한 사이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가졌고 시와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된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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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았다기보단 닮아가고 싶은 사물이 있습니다. 장난감인데요. 사무실 책상에 놓은 이 ‘스너프킨’(오른쪽) 인형입니다. 작년 여름, 짝꿍과 방문한 일본 오사카 뽑기 기계에서 얻었습니다. 토베 얀손이 쓴 ‘무민’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로, 이름을 지어달라며 자신을 우러르는 존재에게 “누군가를 숭배한다는 건 자신의 자유를 잃는 일이야” 하고 말하는 멋진 인물입니다. 닮으려면 한참 멀었지만, 자유와 고독을 사랑하는 그를 닮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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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입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런 안경을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근데 실은 제가 시력 하나는 타고났는데요(좌우 1.0입니다…). 그래서 그 많던 안경을 제대로 착용해보지도 못했습니다. 시간 지나 몇몇은 중고 시장에 내다 팔았고 지금은 이걸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쓰진 않고 가끔 안경집에서 꺼내 감상만 한 다음, 다시 집어넣곤 합니다. 좀 별나지요…? 제 이상야릇한 마음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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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가장 아름다운 것
제가 사는 파주는 이즈음 노을이 제법 아름답습니다. 복도식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문밖에 서면 이런 노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이 오늘 본 가장 아름다운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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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계절
굳이 따지자면 사계절 가운데 겨울을 선호한다고 답하지만, 정확히는 이맘때부터 성탄절에 이르는 무렵입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난 어느 아침, ‘무언가 달라졌다!’ 하는 느낌을 좋아합니다. 그 산뜻함에 마음이 흐뭇해지면서도 어찌 된 까닭인지 조금 슬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몸은 매여 있으나 맘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도 하지요. 그러다 돌아와 보면 어느새 창밖으로 눈발이 날리고 다사로운 조명 아래 사람들은 조금 더 착해져 있는 계절, 그해에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기 좋은 즈음입니다.
추천하고 싶은 PIN 시집
박연준 시인님의 『밤, 비, 뱀』입니다. 시인 스스로 무엇을 쓰는지 또 시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때 지어지는 시편들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쓰고 당신이 연주”한다는 시인의 말처럼, 시집 한 권이 기이하지만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 같습니다. 들으면 언젠가 나도 이런 경지의 시를 쓰고 싶단 마음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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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하고 묻는 말을 들으면, “문학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처럼 머릿속이 아득해집니다. 당장 떠오르는 장면은 어두운 밤 한 침대에 누워 있는 두 사람입니다. 그때 아직 잠들지 못한 이가 먼저 잠든 이의 숨소리를 새근새근 따라 쉬는 것, 그게 사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다 눈 감은 사람 얼굴을 가만 바라보며 귀여워하다가 가여워하다를 거듭하는 것도 분명 사랑이겠고요.
사랑도 문학도 명확히 규정지으려 한 적 없어 무어라고 또박또박 말씀드리긴 어렵네요.
다만 사랑이 하는 일이란 그런 듯합니다. 각자의 연약함―잠든 사람의 눈꺼풀처럼―을 서로 받아들이고 보듬어주는 것. 내가 가진 힘을 기꺼이 포기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그렇게 한 사람(사람이 아닐 수 있지요!)을 통해 이 세상 전부와 화해시키는 일을 하지 않나 싶어요.
그러고 보면 문학도 종종 이런 일을 해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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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캡쳐해보세요! 📸
『조각 공원』 속 어떤 시 문장이 나왔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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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욱진 시인이 선곡한 가을 재즈 플레이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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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가을이 제철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각 공원을 거닐며 들으시기에 좋은 곡을 모아봤습니다.”
🎼 Cannonball Adderley – Autumn Leaves
이맘때 꼭 찾아서 듣습니다. 가랑잎에 발목이 묻히는 기분이 듭니다.
🎼 Luiz Bonfa – Enchanted Mirror
듣고 있으면 선선하고 서늘한 바람이 온몸에 스치는 듯합니다.
🎼 The Ahmad Jamal Trio - Dolphin Dance
볕이 난 날 잠시 오다 그치는 비처럼 시원하고 산뜻한 곡입니다.
🎼 Pete La Roca – Lazy Afternoon
한가하고 조용한 가을날 오후, 문득 찾아드는 사색과 닮았습니다.
🎼 Stan Getz & Bob Brookmeyer - A Nightingale Sang in Berkeley Square
지난날을 돌이키기 좋은 계절, 곁에 두고 들으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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