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나는 도쿄 한복판을 걷고 있었다. 직사광선이 정수리를 관통하는 기분이었다. 한 손에는 양산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를 건너고 나니 후회가 밀려왔다. 또 한여름에 도쿄에 오다니. 건널목에는 일본 사람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것 같았고, 복잡한 경적과 고함이 듣기 싫어 두 귀에 꽂은 에어팟에서는 에프엑스의 「Hot Summer」가 재생되고 있었다. 핫 써머…… 핫 핫 너무 더워……. 여기가 시부야인지 명동인지 모를 풍경을 지나쳐 겨우 호텔에 도착하니 움직일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에어컨을 18도로 설정하고 새하얗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역시, 난 여름이 싫다!
하지만 여름의 모든 부분이 싫은 것은 아니다. 여름에는 종종 새벽에 잠에서 깨는데, 보통 매미 소리 때문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라 코앞을 스쳐 지나가는 사이렌처럼 분명한 울음. 눈을 반쯤 뜬 채로 거실 베란다로 나가면 예외 없이 방충망에 매미가 붙어 있다. 운이 아주 좋으면 세 마리일 때도 있다. 통통한 배와 구슬 같은 눈알을 조금 관찰하다 방충망을 살짝 친다. 톡. 파르르르르. 매미가 날개를 펴고 멀리 날아간다. 정중하게 매미를 쫓아낼 수 있다는 것. 여름이 나름 괜찮은 몇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나무가 많아서인지 매미도 많다. 여름 하면 땀에 젖은 옷이 불쾌하게 달라붙는 감각부터 떠오르지만, 그다음으로는 마치 백색소음 같은 매미 울음소리가 생각난다. 어떨 때는 이 소리가 여름의 필요조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집 앞 놀이터에서 잠자리채를 든 아이와 곤충 채집통을 든 아빠가 매미를 찾아 이 나무 저 나무를 살피는 장면을 봤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과거의 한 장면을 똑 떼어다가 그 순간에 이어 붙인 듯했다. 나무도 매미도 아이도 전보다 줄어들고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어린 시절의 나도 정확히 같은 모양의 플라스틱 채집통과 잠자리채를 들고 그 놀이터 앞을 뛰어다녔기 때문일까. 나무에 붙은 매미 허물을 발견하면 늘 손으로 집어서 집으로 가져오곤 했는데. 뽑기에서 희귀한 피규어를 뽑은 사람처럼 기뻐하면서.
곧 나무가 많은 이 동네를 떠난다. 나는 지금도 맨손으로 매미를 잡고 싶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날려 보내주고 싶다.
📙 PIN 057 김복희, 『생 마음』
어린 시절 우리가 훔쳐보던 동화 속 도깨비와 귀신과 호랑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 시집의 기이한 이야기들이 좋다. 기이한 존재들이 나와서 좋고, 기이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이한 화자도 좋다. 기이한 이야기가 너무 익숙하게 느껴질 때, 가끔씩 전혀 기이하지 않고 내 이야기 같을 때는 더 좋다. “잘못하지 않았으므로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는” 여덟 살 아이는 왠지 요정이 어느 방향으로 날아갔는지, 나그네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말해줄 것 같다. 그리고 매미 잡기를 좋아했을 것만 같다. 온몸에 매미를 붙이고 이거 봐요, 자랑할 것도 같다. 그 아이와 같이 놀고 싶다.
입추 매직으로 조금은 덜 더워진 8월, 유선혜 시인의 여름 이야기 어떠셨나요? 레터를 읽으며 문득, 어릴 때는 신기하기만 했던 매미 소리를 어느새 귀찮게 여기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남은 여름 동안 매미를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다음 레터는 가을에 찾아뵙겠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 또 한 명의 시인이 들려줄 가을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
9월에는 전욱진 시인의 신작 시집 『조각 공원』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내다 버린 슬픔을 도로 가져오기 위해/난 천천히 외투를 입기 시작할 것이다”. 현대인의 삶을 관통하는 ‘상실’과 ‘결핍’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절망만이 아닌 미약하지만 소중한 구원의 빛을 탐색하는 시집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