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집을 준비하면서, 혹은 작품을 쓰면서 생긴 비하인드 스토리
이번 시집을 쓰면서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노트북으로 글을 쓰면서 고개를 너무 숙이고 있었나 봐요. 혹시 허리 디스크는 아닐지 걱정되어 동네 정형외과에 갔는데요. 다행히 척추의 문제는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야심 차게 집 앞 요가원에 등록했어요! 그런데 출석을 미루고 미루다가 횟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회원권이 끝나버렸습니다. 한마디로 돈을 날린 거죠. 그래서 앞으로는 절대 충동적으로 운동을 등록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요즘은 집에서 열심히 스트레칭을 하고 있습니다. 독서대와 키보드도 샀고요.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 중에 매우 인상 깊었던 것이 있는데, “허리는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아껴 쓰는 것이다”예요. 이 글을 쓰면서도 굽은 등을 바로 세웠어요. 오래오래 글을 쓰기 위해 허리를 아껴 써야겠습니다.
시집 <모텔과 나방>에서 좋아하는 문장
「나방인간」의 마지막 구절을 좋아합니다. “나를 견뎌줘서……고마워요”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시인데요. 타인과 함께 살아가다 보면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기꺼이 견디게 되는 일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굳이 견디지 않고 떠나갈 테니까요. 그래서 제 주변의 친구와 가족들이 저의 부족한 면을 견디며 옆에 있어 줘서 매우 감사해요.
제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미흡한 점이 있을 테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르죠. 아마 독자분들도 그런 부분을 견디실 때가 있으실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제 시집을 읽어주신다는 사실이 무척 감사합니다.
이번 시집에서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
제가 생각할 때 「모텔과 나방」은 과거의 이야기예요. 이 시집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이 제가 겪었던 과거의 상처라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살아가며 느꼈던 막연하고 추상적인 슬픔이나 고통이 망상 속 허구의 사건들과 얽혀서 이런 시가 되어버린 것이죠.
이제는 미래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마냥 희망적이고 밝은 미래란 존재하지 않을 테지만, 작은 방 밖으로 나간 나방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가 궁금합니다. 그게 곧 저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고요. 과거라는 좁은 방에서 나가려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고 싶어요.
나의 첫 번째 시
제가 발표한 시 중에 가장 오래 전에 쓴 시를 소개할게요! 바로 첫 시집에 실린 「청춘 리스트」입니다. 이 시가 특별한 이유는, 「모텔과 나방」을 구상하면서 기준점으로 삼은 작품이기 때문이에요. 어쩌면 「청춘 리스트」가 이번 시집의 15초짜리 인트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시는 스물두 살에 잠깐 살았던 암울한 자취방의 감각 같은 것들이 담겨 있는, 아주 오래된 시입니다. 여기에는 유독 현실적인 단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시에 쓰면 안 될 것 같은 이질적인 단어들, 가령 ‘모텔’ ‘항시 대기’ ‘콘돔’ ‘사후피임약’ 같은 단어들이죠. 이 시의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이번 시집의 ‘모텔 연작’을 써보려고 했어요. 그 과거의 방에 머무르면서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지? 이번 시집에 넣고 싶은 드로잉을 그려본다면?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는 저의 거의 유일한 취미였어요. 만화를 좋아해서 캐릭터를 따라 그리다가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중학생 때는 진지하게 미술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입시 미술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금방 포기했지만요. 저는 하루 종일 이젤 앞에 앉아서 그림을 그릴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아직까지 종종 그림을 그립니다. 동네 화실에 다니면서 소묘를 배우고 있어요. 이때의 경험이 「반사광」이라는 시에 담겨있습니다.
이 질문을 받고 살짝 소름이 돋았는데, 실제로 이번 시집을 쓰면서 직접 그린 드로잉을 넣는 게 어떨까 고민했었거든요. 물론 저 혼자서요. 나방인간을 이리저리 그려보다가 도저히 완성할 수가 없어서 그만두었는데, 이 기회에 살짝 소개해봅니다. 제가 생각했던 나방인간의 모습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