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시인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저는 비슷한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읽고 쓰기, 학교 강의, 외부 강의, 문장의 소리 진행자, KBS 라디오 문화공감 패널, 문학창작공간 포에트리앤 운영 등의 일……. 매우 자잘하고 많은 일들을 하고 있어요! 5월에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세계 작가 축제에 초청되어, 브리즈번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다 왔습니다. 비슷한 일상의 노역에서 가장 인상적인 일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행사 참가여서 일이긴 하지만, 매우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호주의 푸른 하늘과 바람, 쾌적한 날씨, 코알라, 캥거루, 왈라비 등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2. 일곱 번째 시집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시 작업을 꾸준히 해오셨는데, 이번 시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을까요?
이번 시집에서는 삶에서 느끼는 아이러니가 조금 더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약간의 패러디도 가미해서 흥미로운 지점을 발생시키려고 노력했어요. 씁쓸한 웃음이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성공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고통을 이야기하더라도 꾹꾹 참아내는 것보다는 내지르거나 썩소(?)를 짓게 되는 해소의 방식으로 가보자, 하는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3. 이번 시집 제목은 『좋은 말만 하기 운동 본부』입니다. 이 제목을 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문학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볍고 좋은 말이 문학은 아닌데, 그런 것이 진짜 문학을 가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는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국면이고, 진실은 때로 아프기도 하니까요. 어떤 고통은 회복되지 않기도 합니다. 가짜 화해나 섣부른 봉합이 우리의 상처를 더 크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말만 하려다 보면 우리는 서로에게 소외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도 소외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시는 좋은 말보다는 진실을 밝혀주는 세계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좋은 말만 하려는 세태를 아이러니하게 바라보는 발상으로 쓴 작품에 붙은 제목을 끄집어내 보았습니다. 고통을 좋은 말로 덮을 수 있을까요.
4. “내 영혼은 사육장에 놓여 찢기고 있다 그게 인생이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시의 화자가 그리는 삶은 잔혹하고 파괴적인 것 같아요. 시인님은 가끔 우울한 생각이 들 때, 어떻게 견디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약간 독한 구석이 있어서…….ㅎㅎㅎ 우울할 때는 죽을 만큼 피곤해질 때까지 걷고 걷고 또 걷습니다. 못 걷는 상황에서는 스릴러 영화를 보고요. 그러다 보면 개운해지는 지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회학 서적을 읽기도 합니다. 나를 이렇게 절벽에 세우는 수많은 일이 사회의 메커니즘에서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 라는 것을 분석적으로 파악하다 보면 오히려 머릿속이 맑은 상태가 됩니다. 그렇게 해도 해결이 안 되면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게 맞는 것도 같습니다.
5. 시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대부분 일상과 거리가 멀지만, 시 자체는 삶에 너무나 근접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뜨겁고 치열하게 쓸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동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요. 그냥 삶에 치이다 보면……. ㅎㅎㅎ 그것이 언어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혹시 삶에 치이더라도 날카롭고 예민한 감수성이 무뎌지는 날이 오면 조금 편하게 쓸 수 있을까요? 하지만 시를 편하게 쓰는 시인이 있을까요? 문학은 우리를 편한 상태로 내버려 두지 않는 것 같아요. 문학을 한다는 것은, 불편한 상태로 뜨거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운명에 떨어지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6. 다음은 시인님을 잠시 혼란에 빠트리기 위한 밸런스 게임입니다. 두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골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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