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많은 독자 분들이 정재율 시인님을 ‘산뜻한’ 신인 작가로 알고 계시는데요. 스스로 본인을 소개하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자기 PR 시간을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재율입니다. ‘산뜻한’ 작가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산뜻해지고 싶긴 한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에 이어 두 번째 시집 『온다는 믿음』이 나왔습니다. 제목을 따라 간다면 산뜻함을 넘어서 이제는 어떤 믿음을 주고 싶은 시인이 되고 싶은 것 같아요. 잔잔한 강물에 돌을 하나 던지고 그 돌이 다 가라앉을 때까지, 어쩌면 다 가라앉은 후에도 강물을 함께 바라보는 믿음이요. 제가 켜켜이 쌓은 감정을 독자 분들께서도 잘 느껴주시고 공감해주신다면 제가 믿음을 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시를 읽는 동안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함께한다는 믿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 벌써 등단하고 두 번째 시집입니다. 두 번째 시집 『온다는 믿음』 출간을 앞둔 소감이 어떠신가요?
아무래도 떨림이 가장 큰 감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제가 쓴 시를 다시 곱씹어보기도 하고, 괜찮을까? 걱정하기도 하고, 시집을 낼 때마다 매번 이렇게 마음이 복잡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시집에서는 많은 독자 분들께서 모리키 씨와 함께 즐겁고 재밌는 여행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3. 집필 공간이나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 루틴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음악을 먼저 듣는 것 같아요. 주로 가사가 없거나 어떤 장면이 떠오를 수 있게끔 음악을 찾아서 듣는 편입니다. 책을 읽기도 하고, 신문이나 기사를 찾아보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아주 가끔 산책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루틴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하지만 이번 시집에서는 상상을 많이 해야 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 줄 쓰고 어려우면 침대에 눕고 다시 생각나면 노트북 앞으로 돌아오고 계속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4. 이번 시집에는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에 잠깐 등장하는 나무인간 모리키 씨에 대한 모티프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모리키 씨라는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은하철도 999」 하면 주인공들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그랬고요. 모리키 씨는 정말 스쳐지나가는 인물이에요. 출연하자마자 죽음을 맞이하거든요. 전기가 통하는 버섯이 열차에 박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을 때 모리키 씨는 바로 자신이 제거하겠다고 해요. 자신은 나무인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전류를 더 쉽게 감당할 수 있다면서요.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죽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보여준 행동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어요. 모리키 씨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상상을 많이 했는데 그것도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 그 열차에 내가 타고 있었더라면? 모리키 씨가 사라진 이후에 어떤 감정이었을까? 등등. 많은 것들을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어서 오히려 쓰는 내내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5. 『온다는 믿음』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나요? 아니면 마감 직전까지 고심한 문장이 있나요?
“사람들은 죽은 자가 산 자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산 자가 죽은 자를 따라가기 위해
괴롭히는 것이라고 죽은 자는 그걸 안 이상
산 자의 곁에서 영원히 떠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온다는 믿음 1」 부분
사실 이 구절은 삼촌이 제게 해준 말이에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렬했어요. 삶과 죽음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는 문장이기도 했고요. 생각해보면 되게 섬뜩한 말이기도 해요. 보통은 죽은 자가 산 자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지만 산 자가 죽은 자를 괴롭힐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가 신기했던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어쩌면 모리키 씨가 사라진 이후에 열차 안에 남겨진 사람들이 이렇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 말은 제가 힘들었을 때 삼촌이 해준 말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죽지 말고 오래 살라는 의미로 해준 말이었어요. 되게 인상 깊었던 구절이라 골라보았습니다.
6. 『온다는 믿음』을 쓰면서 많이 먹은 음식이나 주로 들은 음악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음식은 잘 기억나는 게 없는 것 같고요. 음악은 딱 두 곡이 생각나는데요. 드라마 「도깨비」 OST인 김경희의 「And I’m here」 「Stuck in love」입니다.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계속 떠올라서 일부러 더 들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사라진 사람과 그리고 남겨진 사람에 관해서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7. 다음은 시인님을 잠시 혼란에 빠트리기 위한 밸런스 게임입니다. 두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골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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