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천변 산책로는 끔찍했어요. 자전거를 타려고 나갔다 결국 타지 못하고 바퀴를 질질 끌고만 다녔습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어요. 천변 바닥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죽어 있는지. 죽어가고 있는지.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한 온갖 것들이, 작고 어두운 것들이 밟히고 또 밟히며, 끝도 없이……. 아, 여기가 바로 지옥의 난장 아닐까. 눈을 부릅떴다 눈살을 찌푸렸다 눈을 질끈 감기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멈추고 주저앉기를, 한숨을 토하듯 내쉬기를.
놀랍게도, 사람들은 몰랐어요. 모르는 체했어요. 앞만 보고 걷고 달릴 뿐. 그러면서 자꾸만 죽였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죽였어요. 저는 아무런 힘도 없이 그런 광경을 바라만 보고, 하는 수 없다는 듯 돌아서버리고. 망설이다 가방에 챙겨둔 나무젓가락을 꺼내 길 가장자리로 옮겨다 놓은 지렁이가 다섯 마리쯤. 어딘가 목적지를 두고 꾸역꾸역 기어가고 있었겠지만, 그 목적지를 알지 못하는 저는 엉뚱한 곳으로 그들을 데려다 놓았겠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애써 생각하면서. 젓가락을 가져다 대면 하나같이 놀라 버둥거려요. 온몸으로 소리를 질러요. 얼마나 애를 쓰는지. 얼마나 살고 싶어 하는지. 생명이란 게 그토록 선연해서 저는 압도당하고 맙니다. 감히 하찮다고도 징그럽다고도 하지 못해요. 살아라, 제발 좀 살아, 그런 주문만 거듭했지요.
괜스레 겸연쩍어져서 주춤거리기도 했어요. 내가 대체 누굴 살릴 수나 있나,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어서. 그러는 사이, 잠시 관망하는 사이 자전거 두 대가 잇따라 지렁이 한 마리를 밟고 지나갔습니다. 뒤늦게 달려가보지만 지렁이의 몸은 이미 토막이 났군요. 검붉은 피를 뚝뚝 쏟으며, 아파 몸을 떨며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죄를 지었구나, 나는 또, 씻을 수 없는 죄를……. 바닥을 기듯 느리게 느리게 걸어 집에 와서는 조금 울었어요. 사는 일이 너무 처참해서.
여름이란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온통 살아 있는 것들 천지인 이 계절이 저는 무섭습니다. 살아 있으니까 자꾸만 죽게 되고. 살아 있는 연약한 것들이 책상에서도 죽고 책에서도 죽어요. 아름다운 문장에 밑줄을 그어두었는데, 그 위에서도 누군가 죽어 널브러졌습니다.
여름밤은 무덥고, 자주 이상한 꿈을 꾸고, 꿈에서 저는 바퀴에 깔린 새끼 뱀 한 마리를 훔쳐 셔츠 주머니에 감추고 달렸어요. 어딘가로 한참을 달리다 살핀 주머니 속에는 아무도, 아무것도 없었고요. 저는 무섭습니다. 제 자신이 제일로 무섭습니다.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도 당신은 답신하지 않겠지요. 벌써 죽었으니까. 제가 사랑한 이들은 모두 여름에 죽었고, 때문에 이 계절은 더없이 무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