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 애쓰고
―「전주곡」에서
어린 시절 기억에 있는 한 장면이 있습니다. 제가 무언가에 토라져 창틀에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데, 엄마가 제 기분을 풀어주려고 뒤에서 다가옵니다. 저는 엄마가 저를 향해 걸어오는 발소리와 제 이름을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를 알고 있지만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 했어요. 하지만 이내 저를 뒤에서 안아주는 그 품에서 모든 고집을 다 내려놓았던 기억.
양안다 시인의 첫 시집 『작은 미래의 책』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모르는 척하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움찔하는 어깨 같은 시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미래를 모르는 어린 ‘우리’들. 불안한 세계에서 서투르게 손을 잡은 채 ‘끝내지 못한 연작’(「레몬 향을 쫓는 자들의 밀회」) 같은 마음을 이어갑니다. 수록된 시를 읽다보면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열이 감도는 기분을 느낍니다. 무엇에 토라졌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왜 그리 고집을 피웠는지도 알 수 없지만 누군가의 포옹에 속수무책이 되었던 어린 날의 그 장면처럼, 어떤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 마음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