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되는 시, 그러는 마음으로 쓰는 시인 같아요. 세상을 마치 헝겊처럼 보는 그의 고루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이라는 게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는 거 아닌가’, ‘내가 할 수 있는 게 도무지 없지 않은가’ 이런 위협을 마주하게 되기도 해요. 그럼에도 그 위험에서 능수능란하게 그가 택한 것이란,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허무주의로 귀결되거나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더 사소한 차원에서 접근하게 해주는 치밀함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세상을 치밀하게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피로한 일일까. 저는 다만 멀리서 읽고, 조용히 전염되어 어느새 시인을 걱정하고 있네요. 『겟패킹』에 수록된 거의 모든 시가 아직은 그가 살아 있다는 조용한 반증 같아서 쓸쓸하고 다행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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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솔아, 『겟패킹』 수록 시 「국물」
비가 내릴 뿐인데, 바깥과 집 안의 온도차가 커서 창문에 수증기가 어려 있습니다. 펄펄 끓는 냄비가 방안의 습도를 더하고요. 어느새 방 안은 끓는 냄비 같아요. 문득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수제비를 하려고 반죽을 치대는 것은 살덩어리 같고, 내 몸 같아요. 반죽이 살과 같다면, 반죽을 치대는 것은 그 폭력성과 얼마나 멀 수 있을까. 인간은 자신을 놀라게 하는 악한 마음 또한 갖고 있음을, 기만하지 않는 태도로 시인은 문득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나 또한 어떤 순간에는 폭력을 항상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나를 돌아보는 일. 바깥은 비가 내려 바닥이 온통 물난리인데, 수제비 반죽처럼 야외 수영장에 도착해보니 물에 맞지 않는 것은 이미 물에 노출되어 있는, 물로 구성된 야외 수영장뿐입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구분할 수 없는 것들을 구분하는 순간, 그것들은 항상 가려진 것이 명확히 있고요. 자명해 보이는 것은 알레고리라고 알튀세르가 말했던가요. 이 시는 조용한 반란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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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詩, 낙락은
詩詩낙락을 발행하지 않는 달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8월 말에는 詩詩낙락 vol. 8을 발행합니다.
김이강 시인의 시집으로 우리 詩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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